9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광진구 광장동 ‘현대3단지’(총 1056가구)는 전세 매물이 없다. 이 단지의 유일한 임대차 매물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90만원을 받으려는 전용면적 84㎡ 반전세 한 건뿐이다. 최근 같은 주택형 전세가 보증금 6억2000만원에 계약된 후 임대차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렵다.
구의동 ‘현대2단지’(총 1606가구)도 중개업소에 나온 임대차 매물은 한 건이 전부다. 전용 84㎡형 반전세 매물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20만원 수준이다. 광장동 H중개 대표는 “전·월세 매물이 이 정도로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달까지는 한두 건이라도 있었는데 이달 들어선 반전세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차 매물 품귀 현상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영등포구 도림동 ‘영등포 아트자이’(총 836가구)는 임대차 매물이 전·월세를 통틀어 한 건도 없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신길동 ‘신길 센트럴자이’ 역시 임대차 매물이 반전세 두 건뿐이다. 전용 59㎡짜리 매물이 보증금 2억원, 월세 140만원에 나와 있다. 총 2198가구인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 힐스테이트’는 임대차 물량이 모든 주택형에서 두 건뿐이다.
새 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기존 임차인이 재계약을 이어간 게 품귀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혼 전근 전학 등으로 이사해야 하는 신규 임차인은 이런 정책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임대차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반전세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반전세 호가가 보증금 4억원, 월세 100만원인 ‘우장산 힐스테이트’ 전용 84㎡형은 지난 7월엔 보증금 3억4000만원, 월세 6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달 새 보증금과 월세 모두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호가가 보증금 5억원, 월세 190만원인 광장동 ‘현대3단지’ 매물을 전세로 환산하면 보증금이 7억7000만원에 이른다. 이 주택형 전세 최고가(작년 12월 7억30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을 노리는 청약 대기 수요와 저금리 기조, 임대차법 시행,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을 임대차 시장은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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